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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환경

“석유·LNG 공적금융 석탄 13배…기후변화 역행, 지원 중단해야”

등록 :2021-08-31 14:05수정 :2021-12-28 10:05

기후솔루션, 국내 3대 공적금융기관 자료 분석
“석유·LNG 관련 사업에 10년간 141조 지원
모든 화석연료 지원 중단 국외 움직임 따라야”
천연가스(LNG) 터미널에 접안한 엘엔지 수송선. 게티이미지 뱅크
천연가스(LNG) 터미널에 접안한 엘엔지 수송선. 게티이미지 뱅크

국내 공적 금융기관들이 지난 10년 동안 석유·천연가스 관련 사업에 지원한 금융 규모가 약 141조 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같은 기간 국외 석탄 발전 사업에 지원한 11조원의 약 13배다. 석유와 천연가스도 석탄 못지 않은 온실가스 배출원이라는 점에서 추가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31일 석유와 천연가스 관련 사업에 대한 국내 공적 금융기관들의 지원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고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현실에서 석유·천연가스 사업에 공공성을 지닌 금융기관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좌초자산 위험을 키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석유·천연가스 관련 산업 전반에 대한 공적 금융 제공 현황을 상세히 밝힌 보고서는 처음이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공적 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석유·천연가스에 지원한 금액을 141.2조원으로 집계했다. 이 금액은 자원 개발에서부터 채굴한 자원을 운반해 최종 제품으로 만드는 전 과정에 걸쳐 지원된 금융을 종합한 것이다.

조사는 2011~2020년 국내 주요 공기업과 건설사, 에너지 기업, 조선사들이 발간한 사업보고서, 한국플랜트산업협회(KOPIA)의 수주 통계, 국외 환경단체의 데이터 베이스 등을 활용해 관련 해외사업 631개를 가려낸 뒤, 해당 금융기관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이뤄졌다.

금융 지원액을 단계별로 나눠보면, 자원 개발 분야 35.7조 원, 자원 운송 분야 55.4조원, 최종 생산 분야 50조원 등이다. 업종별로 보면 채굴한 자원을 운반하는 유조선과 엘엔지선 등을 만드는 조선 산업에 대한 지원 규모가 64.3조원으로 절반 가까이 됐고,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 분야가 35.4조 원으로 뒤를 이었다. 국외 석유·천연가스 발전 사업에는 모두 14.6조 원이 지원됐다. 지난해까지 국내외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국외 석탄 발전 사업에 대한 지원 총액 11.1조원보다 큰 규모다. 지원한 금융기관별로 보면, 수출입은행이 지원한 규모가 89.7조로 전체의 63%를 차지했고, 무역보험공사가 약 41.2조 원으로 29%, 산업은행이 10.3조 원으로 8%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탈석탄 논의는 최근 몇 년 사이 활발하게 이뤄졌으나 석유·천연가스에 관한 논의는 저조한 상태다. 보고서는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채굴과 운송에서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에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고려하면 국내 석탄발전소의 단위전력당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8%에 달한다”며 “천연가스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인식되면서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과정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분야에 지원된 막대한 규모의 공적 금융이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공적 금융 제공은 사실상 정부 차원의 지원금이다. 국내 업체들이 석유·천연가스 관련 사업을 계속 수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산업의 구조적 위험을 키우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국외에서는 이미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 뿐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 전반에 대한 금융 지원을 중단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영국수출금융(UKEF)이 화석연료 사업에 공적 금융지원을 중단하도록 하는 방침을 발표했고, 유럽투자은행(EIB)과 스웨덴 수출신용공사도 화석연료에 대한 금융 제한에 나섰다. 지난 5월에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려면 신규 석유·천연가스 개발을 위한 투자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미국 재무부도 화석연료의 채굴, 운송, 발전 등 전체 밸류 체인에 대한 세계은행 등 다자간개발은행(MDB)의 금융 제공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기후변화로 인해 화석연료에 대한 시장의 외면은 더 강화될 수밖에 없으므로 현 시점에서 석유·천연가스 개발에 투자하는 것도 ‘좌초자산’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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