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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환경

“사랑벌레, 짝짓기 중 건들면 안 날고…” 국립 연구관이 떴다

등록 :2022-07-04 17:01수정 :2022-07-05 10:02

‘도심 습격’ 사랑벌레 현장조사 동행 취재
자생종 계피우단털파리 가능성 높아
낙엽을 흙으로 바꾸는 생태계 구성원
최근 내린 비로 한꺼번에 우화한 듯
“성충 수명 짧아 2~3주 뒤 사라질 것”
4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서 발견된 ‘사랑벌레(러브버그)’.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4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서 발견된 ‘사랑벌레(러브버그)’.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여기 또 짝짓기하면서 붙어있네요.”

4일 오후 1시께 경기 고양시 덕양구 지축역 인근에서 김왕규 국립생물자원관 전문위원이 벽에 붙어있는 털파리류 한 쌍을 가리키며 말했다. 최근 도심을 뒤덮은 털파리류는 암수가 한 쌍으로 있는 모습이 많이 관찰돼 이른바 ‘사랑벌레'(러브버그)로 불린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들이 4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서 채집한 털파리류. 김윤주 기자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들이 4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서 채집한 털파리류. 김윤주 기자

이날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들은 털파리류를 채집하기 위해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두 조로 나뉘어 경기 고양시 덕양구와 서울 은평구에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한겨레>가 조사에 동행해보니, 덕양구와 은평구 곳곳의 역사 안과 인근 화단, 벽, 수풀 등에서 짝짓기하며 붙어있거나 날아다니는 털파리류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털파리류는 다른 파리류보다 비행능력이 뛰어나지 않고, 짝짓기 중에 건들면 날지 않고 떨어져 채집하기 쉬운 편입니다.”

김 전문위원은 푸른색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고 손가락으로 털파리류를 가볍게 건드려 연이어 채집통 안에 넣었다. 김 전문위원은 “채집을 시작한 지 5분 만에 50마리 넘게 잡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조사 동안 채집통 세 개에 털파리류 100여 마리가 채집됐다. 다른 조에서 채집한 것까지 합치면 모두 200여 마리를 채집하는 셈이다.

연구관들은 채집통에 모은 벌레를 연구실로 옮겨 형태를 관찰하고 유전자를 분석한다. 기존에 보고된 종과 유전자를 비교해 어떤 종인지 확인하는데, 분석 결과는 통상 4일 이내에 나온다. 최근 도심을 뒤덮은 털파리류가 정확히 어떤 종인지 알려면 이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김왕규 국립생물자원관 전문위원이 4일 낮 경기 고양시 덕양구 지축역 인근에서 채집한 털파리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윤주 기자
김왕규 국립생물자원관 전문위원이 4일 낮 경기 고양시 덕양구 지축역 인근에서 채집한 털파리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윤주 기자

일각에서는 아메리카 대륙에 주로 서식하는 ‘플리시아 니악티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현재 연구관들은 외래종이 아닌 국내 자생종으로 보고 있다. 변혜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은 “현재까지 조사 결과 자생종인 것으로 보인다. ‘계피우단털파리’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생물종목록을 보면, 현재까지 국내에는 계피우단털파리를 포함해 12종의 털파리류가 서식한다. 털파리류는 해충이 아니고, 특히 유충은 낙엽을 흙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해 생태계에 이롭다고 한다.

털파리류는 1년에 한 번 성충으로 우화하는데, 여러 개체가 동시에 우화하는 경향이 있어 ‘대발생’처럼 보인다. 앞서 국내외에서도 도심과 고속도로 등에서 털파리류가 한 번에 다수 목격된 바 있다. 변 연구관은 “올해가 이례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지역의 경우 과거에도 그 지역의 산이나 들, 사람이 적은 공터 등에서 털파리류가 발생했는데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았다가 개발이 이뤄지면서 사람들 눈에 더 많이 띄게 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변혜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왼쪽)과 김왕규 국립생물자원관 전문위원이 4일 낮 서울 은평구 이말산 입구에서 낙엽 더미를 살펴보고 있다. 김윤주 기자
변혜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왼쪽)과 김왕규 국립생물자원관 전문위원이 4일 낮 서울 은평구 이말산 입구에서 낙엽 더미를 살펴보고 있다. 김윤주 기자

올해 은평구를 중심으로 털파리류가 다수 나타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한산과 인접한 지형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변 연구관은 “털파리 애벌레는 낙엽 등 식물성 유기물을 먹기 때문에, 낙엽 등이 많이 쌓인 산자락은 털파리가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털파리류는 보통 5월 말에서 6월 초·중순께 우화하는데, 올해는 우화 시기가 늦은 편이다. 변 연구관은 “올해 봄 가뭄의 영향으로 토양에 적정한 습기가 없어 유충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가 비가 내리면서 한꺼번에 우화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관들은 이번 ‘대발생’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털파리류 성충 수컷은 3∼4일, 암컷은 일주일가량 생존한다. 한 번에 200∼300개가량 알을 낳기는 하지만 생존율이 높지는 않다. 변 연구관은 “성충의 수명이 짧아 2∼3주 정도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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